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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7년 만의 재회` 홍수환-카라스키야의 뜨거운 포옹

작성자
KBC
작성일
2016.09.10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965
내용

홍수환 "링보다 더 무서운 인생에서 성공한 카라스키야말로 챔피언"

카라스키야 "39년 전 격렬하게 싸웠지만 이제 우리는 친구" 


홍수환 한국권투위원회(KBC) 회장이 9일 오후 서울 홍수환 스타복싱 체육관에서 1977년 파나마에서 '4전5기 신화'를 쓸 당시 링에서 맞붙었던 복서 파나마의 엑토르 카라스키야 의원과 만나 포옹하고 있다. 당시 '지옥에서 온 악마'로 불리던 카라스키야는 링에서 내려와 1980년 정계에 입문했으며 시장(市長)을 거쳐 현재 국회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홍수환(66) 한국권투위원회(KBC) 회장은 '아미고(스페인어로 친구)'를 크게 외쳤다. 두 팔은 크게 벌렸다.

엑토르 카라스키야(56)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다가가 홍 회장을 힘껏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번쩍 들어 올렸다. 꽉 껴안는 것만으로는 반가움을 표현하기에 부족한 듯했다.

약 39년 전 경기에서 한 명은 역사적인 승리를, 다른 한 명은 믿기지 않은 패배를 당했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승자와 패자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두 사람의 표정에는 특별한 경험을 공유한 사람들만이 지을 수 있는 뭉클함이 진하게 배어 나왔다. 

홍수환이 9일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대치동의 한 복싱 체육관에서 지금은 파나마에서 국회의원으로 활동 중인 카라스키야를 17년 만에 만났다.

공공외교 전문기관인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초청으로 방한한 카라스키야의 요청으로 극적인 만남이 성사됐다. 



카라스키야가 홍수환과 재회한 것은 1999년 국내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잠시 만난 뒤 무려 17년 만이다.

첫 만남은 지금으로부터 약 39년 전이었다. 두 선수는 1977년 11월 26일 파나마의 링에서 세계복싱협회(WBA) 주니어페더급 초대 타이틀을 걸고 맞붙었다.

당시 11전 11승 11KO를 구가하던 카라스키야는 '지옥에서 온 악마'로 불렸다. 홍수환을 꺾었다면 주니어페더급 역대 최연소 세계 챔피언이 될 수 있었다.

카라스키야는 2라운드에서만 4차례나 다운을 빼앗아냈으나 홍수환은 놀라운 투지로 일어서고 또 일어섰다. 

홍수환은 3라운드에서 회심의 왼손 레프트 훅 한 방으로 전세를 뒤집고 기적과 같은 KO승을 거뒀다. '4전 5기' 신화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카라스키야는 홍수환에게 믿기지 않는 패배를 당한 뒤 그 충격으로 1981년 프로 통산 전적 18승(16KO) 5패를 끝으로 복싱 글러브를 벗었다.

복싱 선수로서 대중적인 인기와 관심이 컸던 그는 정치인으로 변신해 시의원, 시장을 거쳐 이제는 파나마 국회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파나마 국회의원 배지를 양복에 달고 홍수환을 만난 카라스키야는 "친구이자 형제인 홍수환을 만나서 너무나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취재진으로부터 10살 차이인 홍수환의 호칭을 '형님'이라고 부르는 게 적합하다는 얘기를 들은 뒤부터 홍수환에게 말할 때는 '형님'을 빠뜨리지 않았다.

홍 회장은 1978년 8월 19일 서울에서 카라스키야와 맞붙었던 황복수를 초대해 자리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카라스키야 역시 황복수의 얼굴을 알아보고는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홍수환 한국권투위원회(KBC) 회장(왼쪽)이 9일 오후 서울 홍수환 스타복싱 체육관에서 1977년 파나마에서 '4전5기 신화'를 쓸 당시 링에서 맞붙었던 복서 파나마의 엑토르 카라스키야 의원과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당시 '지옥에서 온 악마'로 불리던 카라스키야는 링에서 내려와 1980년 정계에 입문했으며 시장(市長)을 거쳐 현재 국회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카라스키야는 "홍수환, 황복수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했는데, 두 사람을 만나게 돼서 행복하고 잘살고 있는 것 같아서 기쁘다"고 말했다.

홍수환은 카라스키야의 주먹을 매만지더니 "여전히 주먹이 딱딱하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러자 카라스키야는 "나는 홍수환을 4번 넘어뜨렸는데, 홍수환은 한 번 쳐서 이겼다"며 펀치력은 홍수환이 더 우위라는 듯 말했다.

홍수환은 당시 경기에서 이긴 것은 자신이지만 진정한 챔피언은 카라스키야라고 했다. 가식적인 말로는 들리지 않았다. 

그는 "내가 만약 한국에서 4번 다운을 뺏고도 졌다면 카라스키야처럼 국회의원이 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한 뒤 "카라스키야는 존경할만한 사람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비참하게 진 건데, 절망하지 않고, 링보다 더 무서운 인생에서 성공한 사람이 바로 카라스키야"라고 했다.

이어 "또 빡빡한 스케줄 안에서도 나를 만나고 싶어 하고, 만나면 나를 꼭 껴안아주고 싶다는 말을 했다는 것을 전해 들었을 때, 그의 인간 됨됨이에 존경을 품게 됐다"고 덧붙였다.

카라스키야 역시 "경기에서 졌지만, 그것이 역으로 내게는 성공의 기반이 됐다. 또 그때는 홍수환과 링에서 격렬하게 싸웠지만, 이제는 친구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방문이 홍수환에게 앞으로 큰 힘이 됐으면 좋겠다. 내가 국회의원이 될 수 있었다면 홍수환도 할 수 있는 일"이라며 홍수환에게 자신의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줬다. 

홍수환은 "카라스키야 때문에 국회의원 되는 거 아니냐"며 웃어 보인 뒤 다시 한 번 진하게 포옹했다. 두 사람은 취재진의 요청으로 눈싸움도 해보이고, 글러브를 착용한 채 모의 스파링까지 소화했다.

39년 전 그때의 기분으로 되돌아간 두 사람에게는 당시의 격렬함은 사라지고 시간이 남긴 향기만이 남아 있었다. 

changyong@yna.co.kr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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