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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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전5기 경기를 전했던 박병학 아나운서와 홍수환 선수가 함께 해설을 했다 | |
ⓒ 이충섭 |
박병학 아나운서가 지난 12일 인천문학경기장에서 AK프로모션(김영욱대표)이 주최한 KBC (한국권투위원회) 한국타이틀 경기에서 해설자로 복귀했다. 박병학 전TBC, KBS 아나운서는 한국 복싱의 전성기를 함께 한 복싱역사의 산 증인이기에 복싱 팬들은 그를 경기장에서 보는 것 만으로도 반가움이 앞섰다.
팬들이 그의 목소리를 특별히 기억하는 것은 1977년 11월 27일 파나마에서 홍수환의 4전 5기 시합을 생중계했던 목소리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여든을 바라보는 박병학 아나운서가 다시 해설자에 나서게 된 이유는 38년 전 그가 해설했던 홍수환 현 KBC 회장의 요청 때문이었다. 이십여 년 만에 다시 마이크를 잡은 그는 복싱에 대한 탁월한 안목과 깊은 애정이 여전했다.
박병학 아나운서는 경기 해설을 하면서도 홍수환 선수를 비롯한 한국 복싱의 추억을 전했다. 특히 슈퍼웰터급 한국타이틀매치에서 황규현이 난타 전 중 옆구리 공격으로 박찬희를 주저 앉히는 모습을 보며, 홍수환이 카라스키야를 역전으로 눕힐 때 모습이 다시 한 번 떠오른다고 이야기했다. 경기 후 박병학 아나운서와 이야기를 나눴다. 아래는 그가 인터뷰에 답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한국 복싱 사상 최고의 경기는 홍수환의 4전 5기 시합
▲ 홍수환 현KBC(한국권투위원회) 회장 | |
ⓒ 이충섭 |
▲ 홍수환 현KBC(한국권투위원회) 회장 | |
ⓒ 이충섭 |
십년여만에 다시 해설자로 데뷔하니 감회가 새롭다. 게다가 내가 경기 모습을 전했던 홍수환과 함께 중계석에 앉을 날이 올 줄은 정말 몰랐다.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이런 건강이 허락되고 오늘 같은 기회를 가진 게 참 행운이고 감사할 다름이다. 페이스북으로 나를 기억하는 팬이 인터넷 방송을 잘 봤다며 미국에서도 반갑다는 안부를 전해왔다.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SNS를 즐겨 한다.
아나운서 생활을 하면서 수 많은 경기를 중계했지만 4전5기 신화의 주인공 홍수환 선수의 복싱경기 중계를 잊을 수 없다.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4번 넘어진 뒤 5번 일어나 상대선수를 링에 눕힌 당시 홍수환의 경기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치 내가 사각의 링에서 싸우듯 온몸에 힘이 솟는다. 당시 연세대를 졸업한 뒤 TBC(공채 1기)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한국 복싱의 기대주 주니어라이트급 김태호 선수와 주니어페더급 홍수환의 세계 타이틀 도전 중계를 위해 카리브해로 날아갔다.
초반에 네 번이나 다운 시켰던 김태호는 후반에 역전패를 당했다. 참담한 심정으로 파나마를 찾은 나는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려고 현지 스포츠프로덕션회사를 찾아가 카라스키야의 경기 비디오 테이프를 구입해 여러 번 시청했다. 그런데 카라스키야의 경기를 보면 볼수록 복싱을 위해 태어난 훌륭한 선수라는 것을 느꼈다. 몸놀림에 빈 틈이 없었고 주먹도 강해 상대 선수를 모두 초반에 때려 눕혔다.
그래도, 해설자로서의 느낌이 있었다. 난 평소 동생같이 여겼지만 늘 그의 정신력과 사람 됨됨이를 믿었다. 경기 전날 홍수환을 찾아가 용기를 심어줬다."너는 반드시 이긴다. 다른 사람이 진다고 하지만 나는 네가 이번 경기에서 이길 것으로 확신한다. 카라스키야의 초반 공격을 조심하라. 그는 모든 경기를 KO로 이겨서 후반에 약할 거다. 그때 한방 노리는 거야" 홍수환은 4번 다운된 바로 다음 라운드에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경기에 임하더니 기적 같은 승리를 해냈다. 당시 TBS방송국에선 시청자들의 전화 폭주로 연속으로 27번 재방송을 했다. 이 역시도 기록일 것이다.
한국 복싱은 반드시 살아날 것
▲ 박찬희가 일어나려 사력을 다하고 있다 | |
ⓒ 이충섭 |
복싱은 절대로 망하지 않는다. 쉽게 얘기해서 싸움 구경과 불구경이 제일 재미있기 때문이다. 물론 예전과는 달리 여러 스포츠가 성행하고 있지만 복싱은 인간의 본성이 내재돼 있는 종목이다.
홍수환도 김기수가 안방 챔피언이 된지 8년간 무관이었던 공백기를 깨고 세계 챔피언이 되었고, 그 후에 한국 복싱은 급성장해서 화려한 꽃을 피웠다. 스타 선수 발굴이 관건이라고 본다. 오늘도 오픈 경기 수준은 그저 그랬지만 한국 타이틀 경기에 나선 선수들의 기량은 쓸 만 했다. 좀 더 가다듬으면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는 자질이 보였다.
아쉬운 건 역시 앞 손 잽을 잘 쓰는 것이다. 수십 년 전부터 잽을 잘 쓰는 선수라야만 세계 챔피언이 된다는 말이 있었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 알리도 홍수환도 얼마나 앞 손 잽을 자유자재로 썼는지 모른다.
선수 출신 해설자들이 유념해야 할 사항
▲ 원우민이 김진수를 KO로 제압하고 수퍼라이트급 한국챔피언에 등극했다 | |
ⓒ 이충섭 |
오늘 같은 기회가 더 주어졌으면 한다. 보시다시피 아직 건강히 잘 지내고 있다. 인터넷 방송으로라도 복싱 경기 중계에 나설 수만 있다면 추억이 서린 복싱 팬들과 교감하며 즐겁게 만나고 싶다. 내 경험이 한국 복싱의 발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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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박병학 - 1938년 경기 이천 △연세대 △TBC,KBS 아나운서•방송위원•한국어연구실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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